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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2-18 17:44
다큐멘타리, 기획에서 제작까지(13)
 글쓴이 : ㅁㄴㅇ
조회 : 7,516  
제13장 촬영현장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인터뷰 부분에서 이미 다루었다. 이 장에서는 보다 미묘한 상황에서 필요한 측면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촬영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최고의 자연스러움이다. 당신의 주된 목적은 사람들을 카메라 앞에서 가장 진솔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날 이 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쉽게 해결된다. 텔레비전과 매스 미디어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촬영팀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즉흥 인터뷰나 공원에서의 촬영, 축구장의 카메라 등에 익숙해져 있다. 동시에 카메라와 비디오 장비도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최소한 가족 중의 한 명은 비디오 카메라를 갖고 있고, 결혼식이나 잔치뿐 아니라 실험적인 영화 제작에도 이를 활용한다.
촬영 과정에 대한 이같은 친밀감은 확실히 다큐멘터리 감독의 작업을 쉽게 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왜냐하면 다큐멘터리 작품은 사적인 작품이 아니라 공중 상영용이며, 감독인 당신은 외부인이지 내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은 개인의 삶을 침투한다. 우리는 "당신의 삶을 보여 달라. 우리를 믿고 그것을 대형 화면에 보여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이를 수락하고, 우리는 장비와 이상한 사람들을 데리고 그들에게 가서 "좋습니다. 무조건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라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비결이 뭘까?
가장 큰 비결은 감독과 참가자 간에 맺어진 신뢰도에 달려 있다. 감독과 등장인물 간의 감정이입이 깊을수록, 두 사람 간의 친밀도가 클수록 결과는 더 좋아진다. 이것은 특히 시네마 베리테 작품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에서 더욱 그러하다. 물론 감독과 인물이 대단한 친구일 필요는 없지만 서로 함께 지낸 시간이 궁극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두 번째 비결은, 그들이 친근한 어떤 행위를 하나라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캐나다 작품 Lonely Boys는 가수 폴 앵카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몇 개의 장면은 아주 자연스러운 반면 몇 장면은 지나치게 의식적인데, 그 이유는 분명하다. 자연스런 장면에서 폴 앵카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다.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급히 의상을 갈아입거나, 사인을 하거나,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다. 의식적인 장면에서 그는 언제나 친구 또는 매니저와 앉아 있고, 감독은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에, 그러니까, 어떤 얘기를 해도 좋습니다." 폴은 앞에 놓여진 카메라에 신경을 쓰고 있었고, 대화에는 목적이 없었으며, 장면은 아주 밋밋했다.
가장 좋은 액션 장면은 자연스런 흐름에서 나온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하고, 정원을 손질하고, 이웃을 방문하는 어머니, 복잡한 일을 마친 뒤 술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는 남자 등. 행위는 서로 연관되고 작품의 진행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등장인물을 드러내는 열학을 해야 한다. 또한 반복하지만 인물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
일전에 나는 15년 내지 20여 년의 결혼 생활 후에 부부간에 일어날 수 있는 거리감에 관한 작품을 만든 적이 있다. 우리는 거실에서 남편은 책을 읽고 아내는 뜨개질을 하는 장면을 찍었다. 그것은 끔찍했다! 그 장면은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긴 했지만 지루하고, 어색하고, 따분했다. 그래서 우리는 장미를 가꾸는 아내의 모습을 찍었다. 남편은 혼자 자기 방에서 행복하게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 역시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혼자만의 세계에서 얼마나 만족해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첨가했다. 또한 정원 손질을 하면서,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모습들을 사용했는데 결과는 완벽했다. 나는 거실에서도 같은 것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엄청난 실패였다.
다큐멘터리의 일반적인 실수는 인물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고, 작품에도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령, 한 여성이 요리를 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여권을 신봉하고 열일곱에 결혼해서 열아홉에 이혼했다는 해설을 한다고 하자.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장면은 내용의 전개와 무관하고,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삽입된 것처럼 보인다.

준비

촬영에 앞서 참가자들과 함께 앉아 앞으로 찍을 장면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묘한 문제이다. 시네마 베리테 연작인 An American Family의 감독 크레이그 길버트 (Craig Gilbert)는 주인공인 캘리포티아 루드 가문에게 카메라를 작동하기 전에 모든 것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관한 책에서 팻 루드는 감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돕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인물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임무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일정과 촬영 시간 그리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축소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확대 해석하는 편이 낫다. 아침 시간에 필요한 인물이라면 한 시간이라고 말하지 마라. 일주일이 걸릴 것 같은데 하루라고 말하지 마라.
의상이 작품에 중요하다면 인물들에게 어떤 의상을 입을지에 대해 분명히 말해 두라. 이를테면 주인공에게 밝은 청색 스웨터를 입게 해서 여러 장면에서 쉽게 눈에 띄도록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작업을 한다면 촬영 후에도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깨끗이 정돈되어 있을 것이란 점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 전원을 미리 점검해서 과다 용량으로 그 지역에 정전 사태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음식이나 음료, 식사 등은 다 준비할 것이므로 염려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둔다.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등장 인물들이 출연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일반 다큐멘터리보다 '인물'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출연료에 관한 한 양측이 미리 액수와 지불 방식에 대해 동의를 해두어야 한다. 돈을 주고받는 일이 방송사 규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기억하도록 하라.
시간과 돈이 있다면 출연자들과 촬영 없이 친해지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 알란 킹은 선구적인 시네마 베리테 작품 Warrendale에서 이 방법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이루어 냈다. Warrendale은 토론토에 있는 정신박약아들의 집에서 촬영되었는데, 킹과 카메라맨 윌리엄 브레인은 필름을 넣지 않은 카메라를 들고 몇 주 동안 그 집을 들락거렸다. 그 아이들과 친해지고 아이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지는데 걸린 시간은 영화의 놀라운 자연스러움과 진실성을 통해 여실히 그 효과를 발휘했다.
각각의 작품은 나름대로의 원칙을 갖고 있지만 어떤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가장 공통적인 문제는 프라이버시, 질문의 범위, 어린이들의 참여 도는 배제 그리고 출연료이다.
최근에는 많은 출연자들이 촬영된 필름을 볼 권리와 장면의 사용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필름을 볼 권리를 전적으로 인정하지만 최종 결정권이 내게 있지 않은 한 촬영을 진행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가정에서의 촬영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기본 원칙은 대부분의 기업용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975년 로저 그라프는 영국의 그라나다 텔레비전을 위해 Decisions 연작물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영국의 여러 철강회사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중대한 결정들을 다루고 있다. 그라프가 찍고자 한 기업 내부의 장면들은 그때까지 거의 전례가 없었고, 그라프는 다음과 같은 엄격한 원칙을 세운 뒤에야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1. 특종 배제. 어떤 정보도 사전에 유출되어서는 안 되며, 아무도 촬영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2. 제작자는 다루기로 협약한 내용만을 찍는다.
3. 조명은 사용할 수 없으며, 인터뷰도 안 되고, 어떤 연출도 할 수 없다.
4. 회사측은 비밀 정보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다.

태도

내가 최근에 읽은 소설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아주 친절하고 우호적인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수간호사의 안내로 두 시간 동안 병원을 둘러보고 병원의 운영과 시설이 훌륭하며 타병원의 모범이 된다는 점에 동의했다. 병원을 찍기 위해 다시 온 그는, 아주 특별한 병동 두 곳을 선정해서 그곳의 음산하고 지저분하며 끔찍한 환경을 부각시킨다. 불행히도 이 내용은 사실일 수 있다. 많은 감독들이 속임수로 작업을 하고 싸구려 얘깃거리를 위해 내용을 왜곡하고 그들을 신뢰했던 사람들을 배신한다.
사람을 찍을 때는 그들의 삶을 이용해서 우리의 보수를 버는 것이다. 작품에 출연한 사람들의 동기는, 단순히 돕겠다는 친절에서부터 자기 회사의 홍보를 위해, 또 자신의 경험과 고통 또는 행복이 다른 사람의 시각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는 순수한 소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므로 감독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상당히 무겁다. 만일 작품이 끝난 뒤에도 감독과 출연자가 여전히 친구관계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장점검

지금까지 인터뷰 다루는 방법과 여러 상황에서 사람들과 작업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몇 가지 원칙과 현장 촬영의 방식들을 제시했는데 몇 가지가 빠졌다. 여기엣는 촬영 현장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과 생각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일정 : 사전 제작 단계에서 전반적인 일정을 세워두었지만 그 이후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현장으로 가기 전, 모든 제작팀들이 어디서 무엇을 찍고, 각 장면에 걸리는 예상시간이 표시된 가장 최근의 일정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 또한 일정표에 출연자들의 이름과 그들과의 만남 장소 그리고 제작팀이 묵을 호텔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도 명기해 둔다.
장비 점검 : 촬영을 떠나기 전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이는 특히 비디오 장비의 경우에 필요한데, 카메라는 아주 까다롭고 배터리도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음향 장비도 완벽하게 점검해야 하는데 특히 동시녹음의 경우는 그러하다. 또한 전선도 체크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카메라와 음향을 연결하는 선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여분을 준비하라. 마지막으로 모든 특수 장비가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는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허가증이 포함된다.
촬영 목록 : 카메라맨과 촬영 목록을 검토하라. 날씨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유효한가? 가령 비가 올 것 같으면 문제가 발생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촬영 장소를 변경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촬영 목록을 점검하라. 촬영하고자 하는 장면에 대해 계획이 서 있는가?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첫 촬영은 대강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는가?
현장에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촬영을 떠나기 전에 미리 이런 문제들을 반드시 생각해 두어야 한다.


현장에서

영화 제작은 협동과 상의를 통한 과정이지만 반드시 민주적인 과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현장에서는 당신이 보스이다. 상의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지만, 무엇을 촬영하고 어떻게 모든 것이 진행되는지를 결정하고 명령하는 사람은 당신이다.
현장에서 당신이 마주하는 첫 번째 문제는 무엇을 찍을 것인가(이미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라 시퀀스를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카메라는 어디에 놓여지는가? 어떤 구도를 잡을 것인가?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팬으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정지 구도에서 클로즈업으로 잡을 것인가? 당신은 카메라맨과 이런 모든 것들을 결정해야 하고, 그 장면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때로는 카메라맨이 구도를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당신이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카메라맨 가까이 서서 지시를 내리고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하게 된다.
때로는 카메라맨에게 내리는 지시가 포괄적일 수도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카메라맨이 구체적인 지시를 원하는 수도 있다. 오프닝 신에서는 이런 정도의 지시면 충분하다. "학교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미디엄 샷과 클로즈업을 충분히 잡도록 합시다. 다양성이 있어야 해요. 내가 원하는 건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에 관한 인상을 심어 주는 겁니다." 또 다른 경우는, 건물 외부에서 교실로의 점차적인 진행을 보여 주기 위해 "저 창문을 타이트한 줌으로 잡아요."라는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당신과 카메라맨은 장면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만 당신이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그 장면이 최종 작품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신은 원하는 분위기에 대해 카메라맨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도소를 찍는다고 하자. 작품은 사회에서 잊혀진 사람들, 혹독한 대우, 증오와 깨어진 삶을 다룬다. 자연히 당신이 다루고자 하는 분위기는 단절과 고독, 억압일 것이고, 대다수의 샷이 로앵글로 찍힌다. 살벌한 감옥 벽이 강조된다. 벽 위의 철조망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총을 든 간수의 모습이 비친다. 이와 대조적으로 죄수들은, 높은 곳에서 찍음으로써
황폐한 감옥 운동장에서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치해서 아주 길고 안정된 샷을 유지할 것이다.
한편, 자동차 경주 대회에 관한 작품을 찍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발랄함이다. 카메라맨에게 움직임과 장초점 렌즈를 사용해서 차가 앞으로 달려오다가 회전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강조할 것을 지시한다. 사람들이 달리고 밀치고 소리치는 장면을 잡는다. 시계와 시선, 깃발들의 클로즈업을 사용한다. 카메라맨에게 액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돌아 다니면서 장면의 일부가 될 것을 지시하고,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군중 샷을 찍을 것을 요청한다.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최종 편집 과정이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편집자가 훌륭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 데 충분한 양을 찍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충분한 컷어웨이 장면이 있어서 시각을 변경하거나 신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초보 감독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컷어웨이 장면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카메라와 음향의 시퀀스와 샷에 관한 분명한 순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보통은 카메라 필름 번호, 음향 번호, 시퀀스 샷을 기록한 슬레이트를 사용한다. 슬레이트를 내려치는 소리는 편집자에게 카메라와 음향의 신호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마다 카메라맨은 롤을 바꾸고, 음향맨은 그것을 오디오 테이프에 표시해 두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장면들을 정리할 여유나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상황의 압력으로 인해 순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손가락을 세워 장면 1, 장면 2를 표시하면서 동시에 손뼉을 치는 것이다. 손바닥이 닿는 지점이 효과적인 표시점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음향맨이 마이크를 살짝 건드리는 것인데, 이 역시 접촉점이 표시점이 된다.
비디오의 한 가지 장점은 제작 후반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인데, 동시녹음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면 순서와 표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또한 테이프에 타임코드가 제대로 찍히는지를 점검해야 하고, 카세트 표시 번호가 서로 겹치지 않는지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작품 제작의 활동성과 기술적 속성을 다루는 외에도 감독은 제작팀의 인간적 유대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제작팀이 좋으면 제작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작품에도 문제가 생긴다. 감독인 당신은 작품 제작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당신의 말고 행동이 스태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스태프들을 초조하게 만들 것이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팀의 신뢰는 무너진다. 또한 당신이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면 스태프들도 등을 돌려 버릴 것이다. 반면에 자신이 있고, 웃음이 있고, 또 일에 대한 배려와 전문성을 보여 준다면 스태프들도 훌륭하게 일을 해낼 것이다.
이것은 듣기엔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작업 자체가 압박 속에서 이루어지고 많은 일들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감독이 지녀야 할 세 가지 조건은 인내심과 유머 그리고 침착성이다. 모두 예상치 않은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날씨가 변덕을 부릴 수도 있고, 카메라가 고장나거나, 비행기를 놓치거나, 전선이 분실되고, 음식은 형편없고, 또 테이프 녹음기가 작동을 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그런 상황 하에서도 침착하고 유머 감각을 앓지 않는다면 일은 잘 풀릴 것이다. 즉각적이지는 않아도 곧 괜찮아진다는 얘기다. 그런 식으로 계속되면 문제와 해결은 제작팀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감독이 유의해야 할 한 가지 사항은 스태프 간의 관계이다. 때로는 촬영중에 경쟁심이나 혐오감이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작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날 촬영이 끝난 뒤 각 스태프와 몇 분씩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다들 만족하고 있는가? 혹시 내가 간과한 문제들은 없었는가? 장비는 제대로 작동하는가? 내일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가?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는가? 목적은 간단하다. 처음엔 스태프로 출발했지만 끝날 때는 한 팀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둘 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감독의 능력은 문제를 예견하고 이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는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은 개인적인 차원의 것은 아니다. 이것은 공동의 과정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카메라 모터가 고장났다. 음향맨은 몸이 좋지 않다. 방향을 잘못 잡아 촬영 일정이 네 시간이나 밀려 있다. 조명 설치가 잘못되었다. 장비 차량은 고장이 났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함께 논의를 하라. 스태프는 당신이 상의를 할 수 있는 대상이고, 그들의 의견과 충고가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신이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책임은 감독인 당신에게 달려 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나면 당장 쉬고 싶겠지만 한 가지 마무리해 두어야 할 일이 있다. 그날 촬영분을 점검하고 그것이 만족스러운지 중요한 것을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자문해야 한다. 만일 모든 것이 잘 됐으면 일과를 마쳐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필요한 부분을 촬영하거나 다음날 일정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장비가 정리되면 모든 카세트 필름통, 필름 테이프에 제대로 번호가 붙어서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하라. 그 다음에 가서 한잔 해도 좋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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