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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2-18 17:44
다큐멘타리, 기획에서 제작까지(12)
 글쓴이 : ㅁㄴㅇ
조회 : 5,618  
제12장 인터뷰의 연출


인터뷰는 작품의 두 가지 단계, 즉 기초조사와 본작품에 사용된다. 조사 과정의 인터뷰는 이미 다루었으므로, 여기에서는 작품 인터뷰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촬영 시작 전

때가 되면 인터뷰 대상자의 목록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일단 누구를 인터뷰할지가 결정되고 하락을 받았으면 그들을 만나 인터뷰의 성격과 작품 속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에는 조수가 아닌 감독이 적격이다.
이 만남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 대상자를 더 잘 알고 당신이 인터뷰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뷰 대상자가 당신을 좀더 잘 알게 되고 인터뷰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양자 간의 신뢰를 쌓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이런 원칙에는 인터뷰 대상자가 입어야 할 의상에서부터 제한점에 관한 문제들까지 포함된다. 그런 원칙은 보통 사소한 것이지만 때로는 아주 중요할 수도 있다. 가령, 인터뷰 대상자가 미리 질문 내용을 알고 싶어하고 그 질문에만 답변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인터뷰 대상자가 편집 단계에서 인터뷰 내용을 보겠다고 하거나 나중에 내용의 검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예상되면 작품 제작 이전에 미리 얘기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이 '서로를 알기 위한' 사전 인터뷰는 지나치게 공식적일 필요가 없다. 대부분 집이나 사무실에서 이루어지지만, 나는 인터뷰 대상자와 낚시를 하면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있고 엔진 수리를 하면서 의논을 한 적도 있다. 사전 인터뷰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른다. 30분 정도가 될 수도 있고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규칙은 없다. 기본적인 목적은 인터뷰 대상자를 더 잘 알게 됨으로 해서 가장 많은 것을 끌어내는 데 있다.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목적이 무엇이며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원할 수도 있다. 또는 당신의 주목적이 인터뷰 대상자의 감정과 태도, 사고방식,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편견 등을 알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분위기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도 있다. 또 그들의 어린 시절, 이혼 경험, 연구의 중요성 혹은 살인의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룰 수도 있다.
핵심은 당신의 질문에 초점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조사 단계나 사전 인터뷰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된다면 가능한 한 인터뷰 대상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 출신이며, 장단점, 정치적 성향, 편견 등에 대해 알아 두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이상적이다. 많은 다큐멘터리 인터뷰가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질문사항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인터뷰 자체
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것도 좋지만 기본적인 질문 내용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인터뷰 장소의 선정은 두 가지 요인에 달려 있는데 이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첫째로, 인터뷰 대상자가 가장 편안해 하는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집이 될 수도 있고 사무실이나 다른 조용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당연하게 생각되는 장소가 가장 좋은 곳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섯 자녀를 둔 실업자 가장은 집을 꺼리
고 공원 같은 곳을 선호할 수 있다. 직장여성은 나중에 동료들이 놀리거나 할까봐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요인은 배경의 중요성이다. 대화 내용이 연구에 관한 것이라면 실험실 배경이 좋을 것이다. 대학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활기찬 캠퍼스 배경이 가정집 배경보다 좋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이야기 자체에 배경이 들어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관한 것은 프랑스 해변이 필요하겠고, 보리스 베커의 최초의 테니스 대회 우승을 다루려면 윔블던에 출전한 그의 모습을 배경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자문해 봐야 한다. 배경이 이야기의 분위기와 극적 내용에 도움이 되는가? 인터뷰 대상자가 인터뷰 장소를 편안해 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방해받을 가능성은 없는가? 배경이 너무 강렬해서 인터뷰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가?
나는 가능하면 야외에서 인터뷰를 한다. 이 경우,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조명장치가 필요없고 실내에서는 얻을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야외 인터뷰의 또 다른 이점은, 인터뷰 컷어웨이가 더 유용하고 인터뷰 대상자가 장면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인터뷰 대상자가 수동적으로 의자에 앉아 있기보다는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면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인터뷰 동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유일한 기준은 다른 사람의 존재가 인터뷰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면, 방해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인터뷰 대상자가 결혼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심정이 불안한 상태라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대로, 전쟁 중에 아버지를 잃은 이야기라면 인터뷰 대상자는 주변에 얼굴을 바라보고 손을 잡아 줄 가족이 있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작품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사람들은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 늘 불안해 한다. 물론 이미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집이라는 공간에서였다. 이제 갑자기 네댓 명의 사람들이 함께 있고 조명도 있다. 커다란 카메라가 삼각대에 놓여져 있다. 조명을 조정하는 사람도 있고 또 소형 카메라를 옷깃에 달아 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인터뷰 대상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하는 방식은 인터뷰 대상자에게 제작팀을 소개하고, 기술장비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 또 차 한잔을 마시며서 5분 내지 10분 동안 잡담을 한다.
이런 워밍업이 그 동안 사전 만남을 통해 해온 일의 최종 결산인 셈이다. 말하자면 인터뷰 대상자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고 당신이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며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과 그들 간의 감정이입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그들이 이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인터뷰는 성공한다.
대체로 당신이 인터뷰 대상자를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대통령이나 수상 같은 사람을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불안하고 움츠러드는 쪽은 당신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 위험한 것은 당신이 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어렵고 힘든 질문을 피해 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인터뷰 대상자로 하여금 당신이 그들 편이라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신뢰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또는 논란이 되는 인터뷰에서는 신뢰감이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당신이 그들의 의견에 관심이 있고, 이를 공정하고 편견 없이 경청하겠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
본격적인 시작 전에 준비 시간을 두어서 그들로 하여금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주제는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고, 실수를 하더라도 필름은 충분하기 때문에 다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인터뷰의 촬영

여기에는 세가지 방식이 있다.

1. 인터뷰 대상자는 카메라를 직접 바라보거나, 그렇게 보인다.
2. 카메라가 인터뷰 대상자를 사각으로 잡아서 카메라에는 비치지 않는 화면 밖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3. 인터뷰어가 인터뷰 대상자와 함께 화면에 나와서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각각의 경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방식, 즉 인터뷰 대상자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는 경우는 인터뷰에 어떤 권위를 부여한다. 등장인물이 관객과 시선을 맞추고, 이런 정면 시선은 "엉클 샘은 당신을 원한다!"라고 선언하는 제1차 세계대전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권위적 확신을 장면에 불어 넣는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우리의 친구이며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때 이같은 정면 시선을 사용한다.
두 번째 방식의 사각 앵글은 인터뷰 내용을 완화시킴으로써 덜 권위적인 대신 더 예화적이고 비공식이며 친근한 느낌을 준다. 나는 이 방식을 선호한다.
세 번째 방식, 즉 두 사람간의 인터뷰는 대부분 뉴스 혹은 빌 모이어스나 테드 카플 또는 고 에드 머로우와 같은 유명한 인물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된다. 또한 이런 방식은 당신이 의도적으로 대결 국면을 상정하거나 이를 예상할 때 사용된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한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객들을 얼마나 작품 속에 끌어들일 것인가? 대체로 이것은 장면의 결집성과 접근의 직접성에 달려 있다. 긴장되고 직접적인 장면은 사각 앵글에 느슨한 화면보다 관객의 관여를 높인다. 일단 방식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좌석을 배치해야 한다. 인터뷰 대상자가 관객을 똑바로 보게 하려면 인터뷰를 하는 당신은 카메라 렌즈 옆쪽으로 앉아야 한다. 사각 장면을 원한다면 카메라로부터 더 멀리 떨어 져야 한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촬영이 카메라맨의 판단에 달려 있지만 나는 감독이 인터뷰 화면 구도를 점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되는가? 의상은 적절한가? 배경에 방해가 되느 것은 없는가? 인터뷰 대상자가 제스처를 자루 쓴다면 화면 안에 모든 제스처가 다 포함되는가? 또한, 카메라맨에게 촬영 초기에 당신이 원하는 구도만을 설명할 것이 아니라, 질문 도중에 필요한 카메라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해 두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촬영 시작 무렵에 알려 주어야 하는데, 일단 질문이 시작되면 당신은 카메라가 아니라 인터뷰 대상자에게 모든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과 일을 해본 경험 있는 카메라맨은 당신의 지시가 없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대강은 알고 있을 것이다. 화제가 바뀌면서 카메라도 움직일 것인지, 질문의 종류에 따라 화면 구도 속의 인물의 크기도 달라질 것인지, 또 중요한 답변에서는 느린 줌 인을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뷰 대상자를 화면 구도 속에 어떻게 잡을 것인지 외에도 그가 어떻게 보일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공적인가 사적인가, 심각한가 재미있는가, 느슨한가 긴장되는가 등을 생각해야 한다. 관객들은 화면 구도로부터 수용 또는 거부의 태도를 갖게 되기 때문에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인터뷰를 진행하는 당신에게 달려 있는 몫은 상당히 크다.
1970년대 초, 수잔 손탁은 Promised Lands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의 상당 부분은 두 개의 인터뷰로 구성되었는데, 손탁이 이 부분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처리한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인터뷰 대상자 한 명은 셔츠 차림에 편안한 거실의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서 촬영에 임했다. 제스처도 크고 그가 말을 하기 전에 벌써 우리는 그 사람에게 호감과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 또 한 명은 어두운 색의 정장과 넥타이를 매고 흰 벽을 배경으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리는 감방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요점은 간단하다. 인터뷰는 단지 대화 내용뿐 아니라 다양한 제작 기술과 사소한 요인들에 의해서도 인상지워진다. 그러므로 주의하라!
촬영 동안 당신의 주의와 시선은 계속 인터뷰 대상자에게 맞추어져야 한다. 당신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대상이고, 따라서 그들에게 당신이 흥미를 갖고 있으며 완전히 그에게 몰입해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당신이야말로 그들이 혁명과 전쟁, 첫사랑, 마지막 가들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이기 때문에 화면 속에 살아 있는 어떤 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신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 한 가지 해야 할 일은 당신의 질문이 편집 후에 들리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질문을 커트해 버릴 경우에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완전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당신이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어디에 있었습니까?"
라고 묻을 때 그가 "애인과 함께 숲을 거닐면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죠,"라고 대답했다고 하자. 당신의 질문을 듣지 않으면 답변이 전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에게 질문 내용이 포함된 답변을 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이를테면,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나는 얘인과 함께 숲속을 거닐고 있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럼, 그의 말을 끊고 이야기해야 할까? 나는 그 대답이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만일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오면 부드럽게 중단시킨다. 때로는 인터뷰 대상자에게 미리 답변의 방향이 달라지면 중간에 커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하지만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 일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여기저기서 말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해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인터뷰어들이 상세한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인터뷰 도중에 계속 그것을 들여다보는데, 나는 그 방식을 싫어한다. 그런 행동은 인터뷰어와 그 대상자 간의 즉흥성을 깨어 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질문들을 머리 속에 잘 기억해 두고 이를 활용한다. 인터뷰가 끝나면 머릿속을 더듬어 혹시 중요한 질문 중에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어떤 질문을 먼저 할 것인가?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으로 하되, 답변은 한 문장 이상인 것으로 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당신의 첫 반응은 어땠는지 이야기해 주시죠." 또는 "당신이 베트남에서 돌아왔을 때 친구들과 가족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선생이 겪은 일에 대해 동정적이었나요, 아니면 살상에 대한 비난을 하던가요?" 나는 여기서 여러 가지 질문을 포함시켰지만 요점은 "당신이 돌아왔을 때 세상이 어떠했느냐?"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질문 방식은 인터뷰의 방향도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
질문은 분명하고 쉬워야 하며 철학적이어서는 안된다. 20세기 이간성의 문제에 대해 묻지 마라. 그 대신 40년 간 근무한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났을 때의 심정을 물어 보라. 또 특별히 그래야 하는 이유가 없는 한 질문의 순서에 너무 구애받지 않는 것이 좋다. 어차피 편집을 퉁해 순서는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단지 사실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따라서 인터뷰 대상자들이 스스로 보고, 맛보고, 기억하고, 냄새맡고, 느낀 것들을 상세하게 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인터뷰가 구체적일수록 더 좋다. "제2차 대전중에 어린 시절은 어땠습니?"라고 묻는다면 상대방은 "별러 좋지 않았죠. 독일 전투기가 오면 대피소로 갔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대답은 나쁘진 않지만 아주 좋지도 않다. 약간만 신경을 쓰면 다음과 같은 대답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어요. 설탕도, 고기도, 달걀도요. 그들이 달걀 가루를 줬기 때문에 난 진짜 달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요. 내가 아는 바나나라고는 과일 가게에 진열된 양초로 만든 거였어요.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전투중이었기 때문에 저는 시골 농장으로 보내졌죠. 그것은 모리슨 대피소라고 불렸는데 철로 만든 탁자 같은 곳이었어요. 독일군의 폭격이 시작되면 우리 여섯 명은 정어리처럼 탁자 밑으로 숨었죠.

처음에는 단도직입저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좀더 복잡하고 감정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이혼에 관한 프로그램이라면 두 사람의 첫 만남, 부모들의 반응, 첫 일년 간의 어려움 등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인터뷰가 무르익으면 좀더 과감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부인이 떠나겠다고 한 날 이야기를 해주시죠."
가장 어려운 것은 은밀하고 민감한 이야기로 접어들었을 때 질문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위태로운 질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예상하되, 질문이 너무 고통스럽거나 민감하면 접어 둘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검열로 인해 처음부터 너무 조심스런 질문만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침묵도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교도소 생활에 관한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 감독 렉스 블룸스타인은 이 방법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렉스는 단독 살인범들, 집단 살인범들 그리고 가벼운 범인으로부터 포악한 범인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범죄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이들로부터 이주 놀라운 이야기들을 끌어냈는데, 그의 무기는 침묵이었다. 다음은 그의 작품 Lifer의 일부분이다.

나는 노파가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봤죠. 돈을 안 주겠다고 하길래 벽돌로 내려쳤어요. (렉스는 10 내지 15초 동안 침묵을 지켰고, 죄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실 그 노파는 우리 어머니랑 비슷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망설였는데 그 노인이 그러더라구요. "너도 남자냐, 넌 젖먹이야." 그래서 내려쳤죠. 그 전에 여자 친구를 때리느라고 주먹을 다쳤기 때문에 벽돌을 썼던 겁니다.

침묵을 사용할 줄 하는 또 한명의 감독은 케이트 데이비스이다. 그녀가 1988년에 만든 Girl Talk는 가출한 세 명의 십대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다. 데이비스는 이 소녀들과 강한 유대감을 이루어 놓았기 때문에 인터뷰는 신선하고 친밀하며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인터뷰는 상당히 길었고, 인터뷰라기보다는 독백에 가까웠는데 이 소녀들의 입을 열게 만든 것은 데이비스의 능력이었다. 그 중 한 예로 마스라는 소녀와의 인터뷰를 다음에 인용했는데, 그 소녀는 스트립쇼 바에서 일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 남자는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친구한테 들러서 코카인을 얻어오자고 했어요. 나는 그러자고 했고, 그 남자는 나더러 위로 올라가라고 했죠.… 그가 차를 주차한 뒤에 같이 올라갔더니 그 사람 친구 여섯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들은 나를 겁탈하려고 했어요. 그 사람들이 날 때렸는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세 명인가 네 명이 지난 후에 난 기절했고, 정신이 드니까 나를 그 남자의 부인이 다니는 공원 산책길에 내버렸어요. 그 부인이 나를 차에 태워 호텔방으로 데려갔고, 의사 친구를 불러 나를 진찰했어요. 그 여자는 간호원과 경호원을 불러 나를 간호해 줬죠. 3주가 지나니까 시력이 회복돼서 볼 수가 있었어요. 여전히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었지만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죠.
그 여자가 내게 변호사가 필요하냐고 묻더군요. 난 내 의붓오빠 얘기를 했고, 엄마가 그를 법정에 고소했을 때 법정에서는 내가 오빠를 유혹했기 때문에 모든 게 내 잘못으로 판결났다고 했죠… 강간 사건에서 여자가 이기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어요.

당신의 목적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뜻밖의 일들이 발생한다. 어떤 이들은 얼어붙고 또 어떤 이들은 아주 자유롭고 유연해진다. 후자의 경우,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질 수 있다. 그것이 흥미로우면 기회를 포착해서 밀고 나가야 한다. 이런 신선한 이야기는 미리 세웠던 작품 계획을 망치는 문제점들에 대한 훌륭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상대방에게 혹시 빠진 건 없는지, 더 첨가할 것은 없는지 물어 보는 것이 좋다. 그 때쯤에는 그들도 익숙해져서 작품이 어떤 방향인지 대강 감을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작품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나 예화 또는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이 좀더 잘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리고 상황이 허락하면 주저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되돌아가서 그 질문에 대답해 달라고 하라.
1967년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을 다룬 작품 Year of Decision을 만들 때, 나는 이스라엘의 외무상인 아바 에반에게 참전 결정을 내렸을 때의 각료회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첫 번째 반응은 차갑고 딱딱했으며 무미건조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좀더 내면으로 들어가서 그 당시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이 내린 결정으로 인해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해 그와 다른 사람들의 느낌은 어땠는지를 물었다. 이번에는 그의 반응이 훨씬 달라졌다. 생생하고 따스하며 감정이 넘쳐흘렀다.

문제점과 주의점

좋은 인터뷰는 뛰어난 다큐멘터리의 징표이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인터뷰를 고단계의 영화 예술로 분류한다. 영국에서 최고의 인터뷰로 유명한 감독은 알랑 위커로, 그의 위커의 세게 Whicker's World는 오랫동안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왔다.
위커는 세련되고 나긋나긋한 정장 차림의 인터뷰어로, 자유자재로 아주 놀라운 질문을 던진다. 그의 질문은 재치있고 편안하며, 어디에서든 인터뷰 대상자에게 진실한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인터뷰를 해내는 것이다. 그는 즉흥적인 유대감을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쉽게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고, 그들은 히피와 섹스•마약에서부터 켄터키 경주 혹은 백만장자의 요트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아주 친밀하고 솔직한 방식으로 털어 놓는다.
빌 모이어스와 마찬가지로 워커도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참여적인 인터뷰어이다. 그는 크로스 컨트리 사냥에 직접 참여해서 사냥의 대사를 인터뷰하면서 피비린내나는 여우 사냥에 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위커와 모이어스의 특징은, 질문이 단도직입적이고 변죽을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주의점 하나 : 떠벌리지 말 것. 많은 인터뷰어들이 자신의 지식과 지성을 인터뷰 대상자에게 과시해야 한다고 믿는 탓에 아인슈타인이 놀라 자빠질 지식들을 늘어놓는다. 이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주의점 둘 : 질문은 간단하게 할 것. 이것은 단순한 질문만을 하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원자폭탄에 관한 질문이라면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원자탄 제조에 엄청난 지적, 도덕적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인류는 오랫동안 도덕적 딜레마에 봉착해왔습니다. 히틀러가 보여 준 비약적인 악의 세력과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군국주의의 영향력을 염두에 둘 때,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정신적•시학적으로 옳은 일일까요?"
물론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나 같으면 그런 유혹을 물리칠 것이다. 이건 너무 현학적이다. 오히려 이렇게 간단히 물어 볼 수 있다. "원자탄 제조의 찬반론은 무엇입니까? 원자력 무기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주의점 셋 : 질문이 특정 답변에 치우치지 않고 열려 있도록 할 것. 나는 "이러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 의견에 동의하시지 않습니까?"라든가. "루스벨트는 금세기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가?" 라는 식의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이런 식의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당신이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기
전에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주의점 넷 :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가로막지 말 것. 이것은 인터뷰에서 가장 흔한 실책으로, 당신이 답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인터뷰의 속도를 무너뜨림으로써 인터뷰 대상자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인터뷰의 윤리

네 가지 주의점 외에도 인터뷰의 철학이나 윤리 문제가 남아 있다. 이것은 질문의 민감성, 공평성, 정치성 그리고 선전에 관한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사람을 다룬다. 원칙은 보다 큰 목적을 위해 사람을 사용하는 것이다. 비리를 드러내고, 잘못을 수정하며,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 등. 공공성을 위해 우리는 사람들의 생활을 파헤치고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영혼을 노출시킨다. 동시에 우리는 모든 부정과 죄악을 파헤치고 역사를 점검하며, 우리의 삶을 위해 타인의 삶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느 이야기가 더 신선하고 감각적일수록 작품은 더 흥미롭고 수지가 맞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 말이 자나칠 수도 있지만 인터뷰는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품 외에도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터뷰어는 이런 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농장 노동자 한 명을 인터뷰하면서 농장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다고 하자. 인터뷰 후 당신은 편안하게 숙소로 돌아왔고, 몇 달 후 작품을 통해 그 이야기가 알려졌다. 당신은 놀라운 개혁가이자 뛰어난 저널리스트로 칭송을 받았지만 그 인터뷰로 인해 농장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또 하나의 딜레마는 상처를 파헤치고 고통을 되살리는 일의 합법성이다. 여전히 우리는 공공의 이익 혹은 공중의 알 권리를 위한 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훌륭한 기자 정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뷰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인터뷰를 최종 작품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 주장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 감독으로서 당신은 그 답변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빼버릴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할 경우, 약간 생략되더라도 답변의 진정한 핵심은 반드시 전달되어야 한다.
또한 작품에서 그 사람 전체를 묘사해야 하며 단지 부분적인 면모만을 엮어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때로는 상황이 뒤바뀌기도 한다. 영화 제작자가 정치적 선전을 겨냥한 인터뷰 대상자에 의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작품 속의 증인은 당신에 의해 권위와 승인을 부여받는다. 실제로 그 사람의 권위는 상승한다. 보통은 별문제가 없고 증인의 말도 모두 옳다. 그러나 때로는 거짓된 진술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 판단으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정치 다큐멘터리의 50% 이상이 이런 증인의 비합리적 권위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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