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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2-18 17:38
다큐멘타리, 기획에서 제작까지(8)
 글쓴이 : ㅁㄴㅇ
조회 : 5,578  
제8장 초안의 완성


영상화

이야기 구조와 아이디어들이 정리되었다. 이젠 당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하느냐 하는 즐거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모든 시퀀스는 영상과 해설 또는 둘 모두에 의해 표현될 수 있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강조점들을 갖고 있다. 당신의 목적은 그림과 언어의 통합된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나오게 된다. 즉, 오늘날 자동차는 신이다. 에티오피아의 기아는 모든 종교를 떠난 비극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광적이다.
이러한 진단의 진실성을 증명하려면 이를 표현해야 한다. 표현은 희극적이거나 진지한 방식 어느 쪽도 가능하지만 반드시 증명을 해내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당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그림을 선택하는 것이다.
영상화 작업은 작가와 감독이 함께 한다. 작가는 행동과 영상에 대한 제언을 하지만 현장의 감독은 이를 보완 또는 수정하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 표현법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본 영상화는 항상 출발점이여 감독에게 상당한 도움을 준다.
교통사고를 다룬 내 작품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자동차는 사람 성격의 연장이라는 점이었다. 자동차는 힘과 성, 정력을 대변한다. 이것은 작품 속에 다음과 같이 영상화되었다.

해설은 내가 직접 쓴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수행한 수많은 인터뷰에 기초한 것이다. 내가 영상에서 표현하고자 한 것은 해설과의 병렬적 연결이 아니라 해설 뒤에 깔려 있는 의미의 영상적 느낌이었다. 영상의 임무는 이야기하는 남자가 느끼는 충동을 표현하는 것이다.
작품의 또 다른 부분에서는 운전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내 노트에는 이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 적혀 있다. 압박감은 다음의 시퀀스에 의해 묘사될 수 있다.

1. 서로 얽힌 채로 혼란스런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수많은 도로 표지판들. 운전자의 머리는 너무 많은 정보로 꽉 차 있다.
2. 시계가 불분명한 자동차 앞유리.
3. 차 안에서는 고함치고 잔소리하는 아이들.
4. 점점 늘어나는 교통량. 도로는 얼었고 밤은 춥다.
5. 하이빔을 켜고 달리는 맞은편 차들. 헤드 라이트는 깜빡거리면서 초점이 맞지 않는다.
6.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때로는 하나의 과정이나 진행중인 행위를 표현하는 영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것은 매우 간단하다. 그러나 때로는 뭔가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것을 영상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있는데 바로 이 때 당신의 창의성이 요구된다. 대학에 관한 작품의 제안서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학생들이 엄청나게 정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다음은 그 부분에 관한 대본이다.

여기서는 최소한의 해설을 곁들인 영상을 통해 전체 주제를 부각시켰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강조점인데, 왜냐하면 대본 작업에서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본은 글로도 쓸 수 있고 그림으로 쓸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림이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나는 앞에서 대본작가가 지켜야 할 원칙은 거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틀린 말이다. 한 가지 변치 않는 원칙이 이다. 좋은 작가는 글뿐 아니라 영상에도 능해야 한다. 사물의 영상적 측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토록 지루한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상화 작업의 즐거움은 내용에 맞아떨어지는 그림을 찾아내는 데 있다. 가령, 뇌에 대한 작품을 만드는데 해설을 통해 전체 주장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인간과 동물의 주된 차이점 중의 하나는 언어의 발달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를 제외하고는 언어를 갖고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나다." 이 해설은 아주 쉽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엉터리 노래를 부르는 채플린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남자
자기 나라 말고 고함을 지르는 이탈리아 사람과 독일 사람
"죽느냐 사느냐"를 읖조리는 로렌스 올리비에
대중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히틀러
인형에게 말을 거는 아이

예를 들어, 재미삼아 이 시퀀스를 "언어는 황금이다. 하지만 입을 닫을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라는 말로 끝낸다고 하자.
어떤 영상을 사용할 것인지는 당신에게 맡겨 두겠다.

영상화 시퀀스

뉴스 필름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행동을 찍고 나중에 해설을 쓰면 된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영상도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에 제시한 것은 해설을 위한 예상 장면들이고 대부분은 전체 시퀀스를 영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의 임무는 대본 아이디어를 부각시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상황을 생각해 내고 그런 상황의 요소들을 가능한 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경과 인물에 관한 기록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인물의 의상과 행위까지 포함된다. 이것이 '꾸며진' 산업 영화의 전형적인 작업인데, 이는 실제 상황에 기초한 영화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어떤 이야기를 찾아냈거나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본은 감독으로 하여금 장면의 강조점이 어디이며, 작가가 그 장면에
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오래전에 쓴 대본 A Certain Knowledge는 이런 점들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청소년 그룹과 백인 청소년 그룹간의 4일 동안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목적은 고정관념은 깨어질 수 있고, 심리적인 장벽만 사라진다면 의심과 적대감도 우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나는 단순한 관찰식 작품을 하려고 했지만 후원자는 그 이상을 원했다. 후원자들은 이 작품이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이런 시도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상황을 대본에 포함시키기를 원했다.
본래의 적대감을 드러내는 과거의 상황을 떼어 내고 태도의 변화를 암시하는 내용을 설정해야 했다. 나는 4일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설정하고 다음을 대본에 포함시켰다. 첫째, 도입부에 백인 학생 대 흑은 학생의 농구시합이나 배구시합을 그리기로 했다. 이것은 대립의 상황을 설정하고 실제로 그런 시합이 자주 벌어지도록 한 것이다. 작품 후분에는 흑백이 섞인 팀으로 이 상황을 반복한 생각이었다.
또한 남부 지방의 흑인들을 잔인하게 다루는 경찰에 관한 CC화면과 백인들을 맹렬히 비난하는 말콤 엑스와 루이스 파라킨의 자료필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이 자료 필름을 두 학생 그룹에게 보여 주고 그들의 즉흥적인 반응을 목소리로 넣을 생각이었다. 또한 필름을 본 뒤 그들의 토의 내용을 대본에 반영했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가정방문, 즉 흑인 학생이 백인 가정을, 백인 학생이 흑인 가정을 방문하는 상황을 설정했고, 그 다음에는 오지로의 반나절 자전거 여행을 다루었다. 가정방문의 어색함과 긴장감을 자전거 여행을 통해 풀 수 있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자전거 여행은 또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는데, 이 부분의 촬영에 대해 나는 감독에게 메모를 써넣었다.
이 장면을 찍을 때 두 그룹이 바위 틈에서 서로 도와 주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인데, 예컨대 서로 손을 붙들어 준다거나, 풀밭에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 말이다.
나는 아주 긍정적인 영상을 원했지만 자칫하면 이 작품이 달콤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위험이 있을 알고 있었다. 이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 시퀀스에 다양한 목소리들을 집어넣기로 했다. 어떤 사람들은 흑백 문제의 긍정적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여전히 이들 간의 우정과 같이 보낸 주말의 가치가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회의와 의심을 표현할 수도 있다.

영상적 여운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해왔지만 나는 아직도 다른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작품을 연구함으로써 많은 도움을 받는다. 뒤돌아보면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사람은 1940년대 초 고전적인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인 험프리 제닝스였다. 제닝스의 최고의 걸작은 Listen to Britain으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영상화에 관한 살아 있는 교과서로 남아 있다. 이것은 제2차 대정중의 영국의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힘은 영상의 감정적 여운이다.
제닝스와 그의 동료인 스튜어트 맥칼리스터는 즉각적인 의미만이 아닌 문화적, 감정적 여운을 전달할 수 있는 샷을 만들어 냈다. 바로 이것이 제닝스와 맥칼리스터의 작품을 그토록 강력하게 만든 숨은 이유이고, 우리는 Listen to Britain의 놀이터 장면을 통해 그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1. 한 중년 여인이 침실에서 군복을 입고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고 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2. 여인이 창문을 내다보는 모습이 롱샷으로 잡히고, 일곱 살 어린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다.
3. 두 명씩 짝을 짓는 어린이들의 모습 클로즈업.
4. 어린이들의 노랫소리와 경기관총 운반차(운전석 옆에 경기관총이 장착된 개방식 자동차)의 소리가 뒤섞인다. 경기관총 운반차가 영국 마을의 좁은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장면으로 컷.
5. 차가 지나가면서 우리는 낡은 초기지붕과 오래된 영국 농장들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이미지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영화의 의도를 생각하면 - 전시 영국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 그들이 겨냥하고 있는 영상적 느낌이 매우 분명해진다.

1. 군인의 사진을 보고 있는 여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2. 어린이들은 보호받는 이들을 대변하고 동시에 미래를 상징한다.
3. 경기관총 운반차는 영국식 삶의 방식의 즉각적인 보호를 대변한다.
4. 농장과 초가지붕 등의 시골 배경은 보호되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상징한다. 또한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스페인군을 물리쳤던 당시의 위기를 회상하는 역할도 한다.

이 시퀀스는 40초에 불과하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전반적인 감정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운의 중요성은 모든 종류의 다큐멘터리 대본에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영상은 즉각적이고 적절한 표면적 의미와 엄청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감정적 여운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명백한 상징물 - 가령 미국 국기와 같은 -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기억에 뿌리를 내린 장면과 시퀀스를 말하는 것이다. 리틀 야구게임, 크리스마스 쇼핑, 고등학교 졸업식 등 잘만 사용하면 이런 장면들은 작품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강력한 추억과 분위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여운 효과'를 시도할 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장면을 통한 감정적 여운은 어떤 지역이나 문화권에는 큰 효과가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닝스의 작품은 영국적 상황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미국에서는 효과가 훨씬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은 작가에게는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이다.


도입부

작품의 도입부는 짧은 시간 안에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나는 관객의 흥미를 파악 또는 '잡아채야'하고, 두 번째는 이것이 어떤 작품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신속하게 알려 주는 것이다. 이것은 훌륭한 예술적 지침이기도 하고 동시에 훌륭한 실제적인 지침이기도 하다. 특히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으로 방송되고,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과 경쟁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두 가지 지침의 유일한 예외는 당신이 잘 알려진 주제를 다루고 있을 경우이다. 내가 만일 Sherman : The Greatest General이나 The Real Elvis 혹은 D Day : The Day That Won the War를 제작한다면, 이 두가지 황금률은 무시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제목을 보기만 해도 주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작품의 주제를 알고 있을 때는 좀더 느린 도입부도 별로 꺼리지 않을 것이다. 첼리스트 쟈클린 뒤 프레에 관한 작품이 바로 그런 예이다.
도입부의 '유인책'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흥미로운 상황을 제시한 다음, "보십시오! 우리를 따라오면 아주 놀랄 만한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가령 아주 심각한 중년 남자가 여자 옷을 입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고 하자. 또 다른 작품에서는 새침하고 얌전한 여학생이 지하실에서 물체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우리는 즉각적으로 이런 낯설고 괴상한 상황에 충격을 받는다. 우리는 이 남자가 누구이며 왜 저러는지를 알고 싶어진다. 배우일까? 아니면 성도착 환자? 스파이? 저 여학생은 누굴까? 호신술 연습중인가? 자살을 하려는 걸까? 부모를 죽으려는 건 아닐까? 권총선수인가? 무얼 하려는 걸까?
이쯤되면 호기심은 극에 달하고 상상력이 동원된다. 우리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원하기 때문에 잠시 그 작품을 계속 보기로 하는데, 단 처음 두세 장면에서 보상이 있을 때만 그렇다. 뭔가 흥미로운 것으로 진행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핵심은 우리가 뭔가 놀라운 것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놓치거나 무시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유인책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렇게 극적일 필요는 없다. 사실 때로는 아주 평범한 상황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남자가 아주 평범한 상황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남자가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그는 뭔가를 적고 서고에서 다른 책을 뽑아든다. 또는 한 연약한 여자가 인디언 중년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도 영상적으로 충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좀 지루한 편이다.
그러나 여기에 해설을 곁들이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될 수 있다. 남자가 나오는 장면에 이런 해설을 붙일 수 있다. "그는 장기와 축구를 좋아한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의 이름은 조나스 샐크 교수이다."
두 번째 장면은 이런 해설을 곁들여보자. "그녀는 일흔 다섯 살이다. 두 개의 방이 딸린 집에 살고 있고, 일년에 2천 달러를 번다. 하지만 거지들은 그녀를 축복하고, 국회는 그녀를 존경하며, 대통령은 그녀의 사진을 갖고 다닌다. 그녀의 이름은 테레사 수녀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샐크 교수가 소아마비 백신을 발견했고, 테레사 수녀는 가난한 인도 사람들에 대한 봉사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런 것을 모른다 하더라도 이름만으로도 친근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도입부에서 그다지 강력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주장이나 유인책은 서로 융화되고 균형이 잡혀 잘 어울려야만 한다.
작품을 시작하는 핵심적 주장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때로는 이런 주장이 진단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에 그들은 영웅이었고, 미국은 그들을 숭배했다. 그 후 그들은 악당이 되었고, 세상은 그들을 비난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부모였다. 한 사람은 원자탄을 키웠고, 또 한 사람은 수소폭탄을 탄생시켰다.
오늘밤 A Is for Atom, D is for Death에서 우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에드워드 텔러의 업적과 그들의 발명이 오늘날 이 세상에 남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부모라고 한 것은 약간 과장이긴 하지만 -결국 아담과 이브 아닌가?- 대본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여질만한 과장법이다.
이것과는 달리 우리는 질문의 형태로 표현된 핵심 주장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기법이라면 A is for Atom은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원자를 분리했을 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약속했다. 히로시마 이후 40여 년 동안 그 약속은 희미해졌는가? 핵물리학을 불러온 것은 파괴인가, 구원인가? 새로운 우주인가, 버려진 지구인가?"
때로는 이런 도입 질문을 의도적이고 현란하고 불편한 것으로 만들 수 도 있다. "그는 평화의 왕자로 왔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이름을 구실로 미쳐 날뛰며 학살하고 파괴했다.
그들은 예수가 자신들에게 영감을 불러넣었다고 했지만 과연 사실인가? 십자군은 성스러운 사역인가, 마지막 야만적 공격인가?"
이런 도입 문장은 진단이든 질문이든 작품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 준다. 그것은 영상적 유인책의 서술적 대응이지만 만일 영상적 유인책이 무언가를 약속한다면 해설은 한 시간 동안의 시청이 모든 기대를 채워 주리라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권위적인 인물이나 역사적 인물 또는 홍보용 영화의 가상적 인물에 관한 작품이라면, 이런 인물들을 아주 초반부에 소개하고 그들을 둘러싼 갈등을 암시하는 것이 좋다. 당신은 시청자들 앞에 모든 좋은 것들을 흔들어 보임으로써 그들이 호기심과 앞으로 그들의 눈앞에 펼쳐질 것들에 대한 열정으로 입 안에 침이 가득 괴도록 만들고 싶을 것이다. 제2차 대전 당시 독일 탱크 대장인 롬멜에 관한 작품을 만든다고 할 때 도입부는 이렇게 될 수 있다.



이렇게 총알처럼 빠른 도입부는 롬멜과 같은 군인에 관한 작품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런 식의 폭발적인 도입은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정반대 방식의 예로, 존 엘스가 감독하고, 데이비드 피플•제닛 피플•존 엘스가 각본을 쓴,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에 대한 작품 The Day after Trinity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조용하고 효과적이며 또한 극도로 세심하게 구성된 도입부를 보게 된다. '1945년 8월'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기본적인 작품 주제를 전개한다. 즉, 우리는 1950년대 초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파괴적인 무기를 발명해 낸 한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물론 다음과 같은 해설로 좀더 쉽게 작품을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04년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태어났을 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 도입부가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로 막바로 들어가는 적절한 전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은 편지 구절로 도입부를 시작한다. 왜일까? 단지 지연 전략일까? 그렇지는 않다. 편지는 과감하면서도 아름다운 수법이다. 오펜하이머의 영혼을 만나게 하고, 그를 인간화시킨다. 편지를 통해 우리는 원자탄의 발명가에게도 감정이 있어 감동도 받고 슬퍼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에게도 영혼이 있음을 알게 되고, 베스의 짧은 해설을 통해 우
리는 작품 전체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그 다음에는 해설이 이어받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은 짧은 진단으로 시작해서 등장 인물 중 하나의 입을 통해 파격적인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다. 의견은 화가 났거나 분노에 가득찬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도전적이기도 하다. 공통의 요소는 이런 감정들이 표현되는 열정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열정 - 결혼이나, 전쟁, 고통 또는 행복 -에 의해 감동을 받고, 그 이야기를 더 듣고 더 알게 되기를 원한다. 1985년 BBC용으로 토니 샐몬 (Tony Salmon)이 만든 Haunted Heroes는 그 좋은 예이다. 도입부에서 주제를 설명하는 충분한 해설이 제시된 뒤 감독은 우리를 완전히 사로잡는 인터뷰를 삽입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도입부의 또 다른 예는 데이빗 피어슨이 BBC를 위해 만든 Whose House Is It Anyway이다. 이것은 앞서 갈등 상황의 좋은 예로 소개한 바 있다. 작품의 배경은 지역의회가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린 집의 소유주인 두 형제가 이를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1980년, 잘 알려진 영국 기자 로버트 키는 BBC 시리즈인 Ireland: A Television History에 출연했고 해설을 썼다.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은 19세기 아일랜드의 대규모 감자 기근을 다루고 있다. 도입부는 차분하고 가라앉아 있지만, 표현의 힘과 아일랜드 사람들의 대규모 미국 이민을 불러온 사건의 중요성으로 인해 매우 감동적이고 효과적인 도입부를 만들어 냈
다.




키의 스타일은 간결하면서도 직선적이다. 그는 강하고 감정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었고, 그것을 분명한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사건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리듬, 속도, 클라이 맥스

도입부가 좋으면 작품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제 문제는 다음 30분 또는 한 시간 동안 그 흥미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작품의 구성이 탄탄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듬과 속도, 클라이맥스를 고려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문제들이 많다.
이것은 단지 다큐멘터리 영화의 요소들이 아니라 모든 작가들 - 소설가, 희곡가 또는 영화 작가 -이 염려해야 하는 요소들이다. 당신은 이런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반 넘어가니까 김이 빠졌어.", "처음부터 질질 끌더니 끝날 기미가 없군." 이렇게 느리고 질질 끄는 작품에 대한 불평은 불행히도 많은 다큐멘터리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특히 재미가 있든 없든, 과정에 대한 모든 설명과 인물에 대한 모든 사실들을 전달하려는 다큐멘터리가 그러하다.
뛰어난 작품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바라 코플의 Harlan County는 몇 년 전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 이것은 정당한 계약을 요구하는 켄터키 광부들의 파업을 그린 용기 있는 수작이었다. 작품의 처음 3분의 2는 아주 뛰어나지만, 나머지는 반복적이고, 교훈적이며, 활력이 빠져 버렸다.
여기에는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가 있었다. 작품은 자연스런 결말이 있었는데 코플이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런 클라이맥스 뒤에 영화가 지루하게 다시 시작한 셈이 됐고 계속 질질 끌게 된 것이다. 영화 앞부분에 부각된 점들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반복되었고, 관객들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코플이 자신의 주제에 집착해서 리듬과 속도 그리고 관객의 요구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거나 잊어버린 것 같다.
좋은 리듬과 속도란 어떤 것인가? 간단히 말하면 논리적이고 감정적인 흐름이 있어야 하고, 긴장도가 다양해야 하며, 갈등은 분명하고 정차 강도가 상승해야 하고, 계속 우리의 관심을 끌어야 하며, 강력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불행히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이 더 쉽다. 다음은 가장 흔한 문제점 중의 몇 가지이다.

1. 시퀀스가 너무 길다.
2. 시퀀스 간의 연결이 없다.
3. 비슷비슷한 시퀀스가 너무 많이 계속된다.
4. 액션 장면이 너무 많고, 회상 장면이 너무 적다.
5. 전개력이 없고, 시퀀스에 논리적•감정적 순서가 없다.

리듬과 속도에 관해 약간 감이 잡히는가? 몇 가지 아주 개인적인 지침을 알려 줄 수 있다. 첫째, 작품 속으로 빨리 들어가라.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면 즉시 하라. 둘째, 다양한 장면과 클라이맥스와 점진적인 상승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하라.
앨런 킹의 A Married Couple은 속도가 뛰어난 작품의 예이다. 이 작품은 빌리와 안투아네트 에드워드 부부의 3개월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중반을 넘어서면 우리는 제3자를 보게 된다.
빌리는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안투아네트를 무시한 채 계속 사진만 찍는다. 안투아네트는 화로 옆에 앉아서 뉴욕에서 온 방문객에게 노골적으로 애인이 되자는 유혹을 보낸다. 이 장면은 빌리와 아내간의 엄청난 거리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는 빌리와 안투아네트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고, 안투아네트가 빌리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있다. 관객인 우리는 안투와네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왜 이래야 하는 거지? 다른 남자를 유혹하다니. 난 이토록 남편을 사랑하는데." 두 장면의 연결은 완벽하다.
또한 이 작품은 일련의 상승적인 클라이맥스의 가치를 보여 준다. 촬영 기간 동안 빌리와 안투아네트는 서너 번의 격렬한 말싸움을 한다. 가장 심한 싸움은 촬영 초반에 이루어지는데, 빌리는 안투아네트를 집에서 쫓아낸다. 원래 순서상으로는 두 번째 싸움이지만 네 번의 싸움 중에 가장 격렬하기 때문에 감독은 이것을 클라이맥스에 배치했다.
다양한 장면의 필요성은 반복해서 강조해야 할 점이다. 단편 영화에서는 그런 다양성을 볼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에서도 이것은 중요하다.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장면의 유형과 템포의 다양성이다. 윌리엄 골드만이 쓴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버디 buddy'영화다.
골드만의 놀라운 구성 감각과 다양성과 템포에 관한 그의 완벽한 능력이 작품 성공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액션과 추적, 총싸움 시퀀스로 가득차 있지만 이것도 지루할 수 있다. 그래서 중반부에 골드맨은 한가로운 장면을 하나 집어넣었는데, 폴 뉴먼이 여자 친구를 자전거에 태우고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이 때 노래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흘러나온다. 이것은 다음 추적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에 관객으로 하여금 숨을 돌리고 쉬게 하는 가볍고 재미있는 장면이다.
세 번째 지침은 분명한 결말 또는 해결을 상정하라는 것이다. 이런 지침은 당연한 듯 보이지만 쉽게 무시된다. 어떤 경우에는 이것은 지켜야 한다. 많은 작품들, 특히 위기를 다룬 작품은 자연스런 결말이 있다. 결말이 분명치 않을 때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몽타주'식 결말을 상정하고, 주요 등장 인물들을 짧게 개괄하는 형식을 사용한다. 이 방법은 때로는 효과가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작품 실패의 고백 같다.
만일 대본을 논리적으로 썼다면 결말은 분명해진다. 학교 생활의 마감, 졸업식 또는 의학적인 회복. 정말로 결말이 없다면 재미있고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시퀀스를 사용할 수 있다. 고등학교 무도회 종전의 축하, 선박의 도착,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 등, 결말을 성대하게 맺고 관객들에게 영화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 주라.
좋은 클라이맥스란 어떤 것인가? 글세, 바로 그것이다. 작품은 관객에게 완성된 느낌과 완벽성, 카타르시스(고전적인 문학적 용어를 빌리면)를 제고해야 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나는 결말의 느낌을 주지 못하고 질질 끄는 다큐멘터리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나는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안다. 인생이란 쉽게 요약되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가 산뜻한 시작과 전개 그리고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 모든 문제가 멋있게 해결되는 것으로 그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IRA 요원을 추적하고 체포함으로써 영화는 끝나도 아일랜드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르완다와 보스니아의 갈등은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고, 유엔군이 도착을 해도 여전히 계속된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지 않는다. 이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영화 속의 특정한 이야기에는 반드시 강한 결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언제 클라이맥스가 오는지, 명확한 결말이 좋은 결말인지, 이야기를 마무리할 시간이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1988년 내가 만든 작품 Special Counsel은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정과 갈등 해결에 관여한 공적, 사적 인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드라마였다. 평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전투와 갈등이 있었고, 따라서 어떻게 보면 작품의 결말을 1979년 3월 백악관 뜰에서 평화조약서에 사인하는 것으로 맺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매우 효과적인 결말이었겠지만, 나는 이 작품의 인물과 사건들의 운명에 관해 너무 많은 것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10분을 더 할애해 이스라엘이 실제로 시나이 반도에서 철수하는 모습과 정착민들을 평화협정에 따라 강제로 추방하기 위한 전투를 보여 주었다.
또한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보여 주었다. 사다트의 암살, 카터 대통령의 선거 참패, 모세 다이얀의 죽음 그리고 사적인 인물이지만 영화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사람에게 주어진 명예 박사 학위 등. 이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왜냐하면 클라이맥스를 반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에 대한 심리적인 요구와 커다란 사건들의 연속을 보고 난 뒤 가라앉고 싶은 육체적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 결정은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편집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미 말한 대로 속도와 리듬, 클라이맥스, 결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작가의 임무이다. 물론 편집자도 속도와 리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인 당신이 종이 위에 표현한 리듬과 해결책들이 실제 영상으로 표현되었을 때는 제대로 살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작가와 편집자, 감독은 해답을 얻기 위해 함께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작가는 초기 단계부터 문제를 건드리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작가가 기본 골격을 제시하지 못하면 문제를 편집자한테 떠넘기는 꼴이 된다. 하지만 편집자 역시 여기에 대처할 기본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청사진이 있으면 다음 작업은 쉬워진다.


초안의 수정

우리가 위에서 예로 든 대본들은 최종 해설 대본으로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완벽해 보이지만 초안으로부터 엄청난 수정을 거친 것들이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키의 아일랜드 작품의 해설처럼 제작 전에 씌어진 대본도 있지만, Heroes처럼 제작 후에 해설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Heroes의 초안 윤곽은 시작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지침 정도만 밝히고 있다. 아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1) 첫 장면은 숲속에 혼자 살면서 전쟁 때 배운 기술로 먹고 사는 베트남 상이용사의 진술로 시작한다. (2) 그 다음은 군인 중 한 명이 자신의 삶과 생활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대본은 초안에서 최종안까지 수없는 변화를 거치게 되고, 작가가 계속 완벽한 도입부를 궁리하는 동안 잠정적으로 설정한 도입부도 바뀌게 된다. 내 작품 Out of the Ashes는 그런 단적인 예를 보여 준다. 작가인 브라이언 윈스턴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우리는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했다.
작품의 주제는 나치의 유럽 점령과 유태인 탄압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였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진부하고 낡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 주제에 관한 수많은 영화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우리는 여러 가지 전략에 대해 논의했고, 그 중 일부는 작품 중에 사용되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무엇보다고 강력하고 색다른 도입부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영감을 떠올린 것은 브라이언이었다. 관료제도의 사악함에 관한 작품을 쓴 카프카의 구절을 인용해서 어둡고 그늘진 1920년대에서 1945년의 시기를 그려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택된 구절과 해설은 그 후에도 몇 차례라 수정을 거쳤다. 다음에 제시한 것은 대본 초안의 도입부와 최종 작품에 사용된 도입부이다.


감독으로서 나는 브라이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즉각적으로 해설에 맞는 그림을 생각해 냈다. 브라이언은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의 대규모 나치집회를 다룬 레니 리펜스탈의 고전 The Triumph of the Will의 장면을 발췌하자고 제의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나는 야간 장면으로 군대의 행진과 타오르는 횃불, 움직이는 구름처럼 보이는 검은 헬멧의 그림자들, 불타는 건물들, 군화의 클로즈업, 나치의 상징물(죽은 사람의 머리 모양)이 새겨진 벨트를 움켜쥔 손 등을 떠올렸다. 나는 나치 군대의 사실적인 모습보다도 어두움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의도 아래 우리는 영상은 문제가 없지만 대본 초안을 좀더 살펴본 결과 두 가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는 카프카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선택된 구절은 우리가 정확하게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너무 일반적이고 나치 독일의 공포를 암시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따라서 나는 브라이언에게 The Trial에서 우리의 의도에 좀더 잘 맞는 적절한 부분을 찾아 달라고 했다.
두 번째 문제는 도입부 해설의 뒷부분이 작품 시작의 핵심을 상쇄시켜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둡고 야만적인 세상이 다가온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유태인들이 이 시기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매우 혼란스럽고 카프카의 구절로 표현하려는 분위기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더욱이 마지막 문장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오해의 소지가 충분했다. 1920년대 유럽의 유태인들에게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 주었고, 그 시기는 곧 전무후무한 공포의 시대로 뒤바뀌게 된다.
브라이언은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곧바로 대본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 후 몇 달 동안 도입부는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쳤고, 마침내 브라이언은 다음에 제시된 최종 대본을 써냈고 나는 이것이 내가 도입부에서 하고자 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했다.


이 최종 대본에서 카프카의 인용 구절은 히틀러 독일의 주제에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게다가 해설은 아주 자연스럽게 1930년대 독일의 유태인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합법화된 악몽'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킨다. 해설 마지막 부분은 초안에서 언급한 자유와 희망의 약속을 제시하면서도 곧 다가올 학살을 지적으로 있다.


전개방식

전개 방식은 조사단계가 끝난 후 쓰는 작품에 관한 간단한 해설이다. 여기에는 제안서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여전히 촬영 대본만큼 상세하지는 않다. 전개 방식은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생략할 때가 많다. 그러나 길고 복잡한 정치 영화나 역사물을 제작할 때는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훈련이 된다. 또한 후원자들이 최종 수락을 한 뒤에 전개 방식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단체는 당신의 조사작업이 끝난 후 상세한 전개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을 명심해 두어야 한다.
전개 방식은 당신의 초기 아이디어를 부각시키고, 우리가 앞에서 2개의 장에서 다룬 내용을 뒷받침한다. 길이는 간단하게 몇 장이 될 수도 있고 거의 책 한권 분량 (국립기금단체들이 요구하는 제안서의 경우)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재 방식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이야기가 작품의 주제와 갈등을 전개시키는 방식
2. 핵심 시퀀스
3. 주요 등장인물
4. 그들이 처한 상황
5. 그들의 행동과 그 결과 또는 사회
6. 초반과 후반의 초점
7. 주된 행동의 초점 대결과 해결
8. 전반적인 극적 구성 및 속도감

훌륭한 전개 방식 작성법의 예로 아래에 소개한 것은 Perilous Journey의 일부이다. 이것은 존 엘스가 쓴 것으로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 시리즈의 첫 작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요

1914년을 출발점으로 했을 때 이 작품은 헨리 포드와 수개국에서 온 공장 직원들 그리고 자동차를 사용하는 '수많은 군중'들 간의 협력관계를 축하하는 작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포드는 직원들을 업무 내외적으로 아주 엄격하게 통제했다. 모델 T에 의해 해방된 미국의 농업은 리버 루즈에 있는 포드의 대규모 공장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다. 1920년대 미국의 민족주의와 인종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사람 좋은 자본가들은 억압적인 관료가 되었으며, 한때 유순했던 고용인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중심부는 지탱하지 못했다. 주식 시장은 붕괴했고, 1920년대 경제적 파탄이 가정에까지 밀려들었다. 수만 명의 공장 직원들이 실직했고, 디트로이트 사람들은 대공황의 바닥까지 내평개쳐졌다. 그리고 1932년 3월, 포드의 리버 루즈 공장 앞에서는 데모를 하던 사람들이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이 비극은 불가능한 과거를 회복하려는 헛된 투쟁과 산업적 유토피아의 실패로 인한 기회의 상실에 근거한다. 이것은 힘있는 자와 무력한 자의 이야기이다. 포드의 현실적이고 특출한 성공과 미국 체제에 대한 낙관과 절대적 신뢰는 결국 경직성과 무너진 믿음, 혁명의 공포 그리고 절망적으로 무너진 산업체제로 바뀌고 말았다. 포드의 자동차와 트럭을 만들고 또 구매한 사람들의 눈으로 우리는 국가의 희망과 불안, 경제적 붕괴로의 과정을 묘사할 것이며, 그 붕괴의 와중에서 미국의 진정한 가능성에 대한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고자 할 것이다.


서두 : 전체 작품 광고

이 작품은 5분 내지 10분 동안 대공황을 개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주로 음악과 예화 그리고 전체 8편에서 발췌한 강한 영상적 이미지들이 사용될 것이다. 이 시리즈의 기둥 역할을 한 주인공 격의 보통 사람들을 소개할 것이고, 또 전체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할 것이다. 즉 FDR, 조 루이스, 엘리노어 루즈벨트, 라구아디아, 업톤 싱클레어, 도로시 힐리 그리고 '처음 두 시간 작업에 5백만 달러를 쓰고, 6주 간의 작업에 3백만 명의 인원을 투입한' 해리 홉킨스 같은 인물이 이에 해당된다.
핵심 주제인 민주주의와 다인종주의의 확산을 소개하고, 몇 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할 것이다. 전세계에 독재주의가 만연할 때 미국식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정부는 위기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인종에 관한 의식의 변화는 우리를 연합시킬 것인가, 갈라 놓을 것인가?
친숙한 이미지들이 새롭게 선보이기도 할 것이다. 흑인이 된 촌농부들, 멜빵바지를 입은 FDR, 도로시 랑게의 Migrant Mother에서 뽑은 놀라운 장면들 그리고 대조적인 스타일들 (후버 대통령과 스메들리 장군), 무엇보다도
시리즈 광고에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것이 지루하거나 진부한, 그리고 이미 다 알고 있는 '공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다.
해설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할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부모와 조부모이며 삼촌과 이모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미국, 1930년대의 미국에서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나쁜 꿈… 악몽이 존재했다, 그들의 세계
는, 그들의 멋지고 새로운 세상은 무너져 버렸고, 그들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직업도 돈도 음식도 없이 그들은 아무 데도 갈 수 없었고, 가족과 이웃 그리고 낯선 이들의 친절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이것이 언제 끝날지, 끝나더라도 어떻게 끝날지 알지 못했다.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어쨌든 그 어려운 시절에도 우리의 부모들과 조부모들은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그들은 함께 싸웠고 공포를 이겨냈다. 희망이 그들에게 예전엔 몰랐던 용기를 불어넣었고, 자신의 운명을 거머쥐게 했으며, 정부가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이 물론 항상 옳은 방식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고립되었고, 끝내지 못한 일들도 많았지만 모든 것이 끝날 무렵 그들은 생존 이상의 것을 성취했고 새로운 미국을 창조해 냈다.


제1막 - 포디즘 : 1914-1918

(시퀀스 1 : 헨리 포드와 모델 T의 소개) 헨리 포드가 날쌘 시골 소년처럼 나무에 기어오르고 있다. 이것은 1914년 여름에 찍은 가족 영화로 포드와 가족, 친구들이 미시간 북부의 숲으로 놀러 가서 찍은 것이다.
포드는 51년 전에 태어났으며 (게티스버그 전투가 발생했던 바로 그 주에), 자신이 태어난 농장 주변의 단순하고 건전한 시골 생활을 사랑한 만큼이나 도시 생활과 월 스트리트, 무질서와 게으름을 싫어했다. 이 수줍고 호기심 많은 '순진하고 단순한 양키 기술자'는 소로우를 숭배했고 채식주의자였으며, 모델 T 자동차의 아버지였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민주주의(그때까지 자동차는 부자들의 장난감이었다.)'를 선언하고, 자신의 단순하고 튼튼한 모델 T 자동차의 가격을 내리고 또 내려서 좋은 말 한 마리 값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늙은 농부들로부터 이 자동차가 얼마나 힘이 좋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땅을 파먹고 사는 농부들을 무서운 고립과 육체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평원에서 성장한 여인들을 통해 모델 T 자동차가 어떻게 그들의 시야를 넓혔고, 또 학교를 다니게 했으며, 헨리 포드의 덕분으로 무서운 고립 속에 갇혀 있던 할머니 세대가 어떻게 정신적인 건강과 안락함을 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말 한 마리와 모델 T 자동차를 교환했어요. 우리 8명의 형제들은 동시에 학교에 다니고 있었죠. 하지만 농장에서 할 일도 많았고 심부름도 해야 했어요. 이것을 모두 하기 위해 우리는 학교까지 차를 타고 다녔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먼 그곳에서 그냥 주저앉고 말았을 겁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엘스는 이 대화가 사전 인터뷰와 실험 인터뷰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메모하고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책 뒤편의 참고목록에 수록된 책에서 인용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주]

오래된 뉴스 필름이나 홍보 필름에서는 포드 자동차나 가볍게 강과 시내를 건너고 숲과 사막을 가로지르며 미국 도시의 반 이상을 누비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델 T 로데오, 모델 T 폴로, 모델 T 파밍, 모델 T 캠핑 등이 이들 자동차의 이름들이다. '대다수의 군중'들이 주 단위 상환으로 자동차를 구입했으며, 시어즈 백화점 카탈로그에는 5천 개가 넘는 포드 자동차 부품이 실려 있었다. 헨리 포드의 자동차는 미국을 바꾸어 놓았고 순식간에 그를 미시간 최고의 부자로 만들었다.
(시퀀스 2 : 하이랜드 파크 공장의 주당 5달러) 이제 아흔이 넘은 포드 자동차 직원의 딸은 헨리 포드가 어떻게 자신의 부를 배당하겠다고 선언했는지를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신문기사를 읽어 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포드 자동차 회사는 1914년 1월 12일 직원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겠다는 업계 최고의 놀라운 혁명적 조치를 발표했다!
갑자기 포드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였고, 임금을 두 배로 올렸어요… 다음날 미국의 모든 신문들은 이 기사를 다루었죠. 헤드라인, 만화, 뉴스 기사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 마치 산불 퍼지듯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작품의 전개 방식에 대한 이 멋진 보고는 42페이지 이상 계속된다. 이것은 마치 그림과 영상이 곁들여진 수필을 읽는 듯하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아이디어와 분위기,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와 어떻게 이야기하려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전개 방식에는 또한 작품의 관찰내용을 뒷받침하는 참고자료와 작업일지가 포함된다.
그러나 전개 방식과 최종 대본 사이에는 많은 수정작업이 놓여져 있고, 최종안의 완성은 최종 해설 쓰는 법을 다루는 제15장에서도 논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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