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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2-18 17:34
다큐멘타리, 기획에서 제작까지(5)
 글쓴이 : ㅁㄴㅇ
조회 : 5,180  
제5장 조사


제안서는 수락되었다. 후원자와의 의논도 마쳤다. 당신은 작품의 성격이나 제작 방식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고 있다. 수용자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다. 계약서에 서명도 했고 이제 시작만 하면 된다. 다음 단계는 주제에 대한 심층조사이다. 당신은 뛰어난 기자의 철두철미한 근성과 박사 후보자의 세심한 주의력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당신은 관찰자이자 분석가, 학
생 그리고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에 이르는 기간 동안 당신은 몇 주 전만 해도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작품의 주제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결코 쉽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작업이다.
이 조사작업의 핵심은 당신의 작업 가설이다. 당신은 이미 당신의 작품이 노르망디 침공의 직전과 직후의 80초 공수부대에 관한 것이거나, 또는 제3차 대전 당시 흑인 군인에 관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혹은 캘리포니아의 정신병원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할리우드의 영국인 작가와 배우들을 다룬 것일 수도 있다. 작품 주제에 관한 이같은 간략한 요약이 작업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또 주제의 한께 내에서 극적이고 감동적이며 흥미로운 모든 것을 끄집어 내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하찮게 생각될 수 있지만 작품의 핵심 사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엄청난 양의 쓸데없는 자료를 정리하고 수많은 시간을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야만 당시에는 중요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자료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된다. 조사작업은 문서 자료 조사, 사진 및 기록 조사, 인터뷰, 현장에서의 주제 탐구 등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실제로는 이 네 가지 조사작업을 동시에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문서자료

제한된 시간, 예산, 맑은 정신 그리고 상식 내에서 당신은 가능한 한 많은 자료들을 읽어야 한다. 당신의 목적은 간단하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주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단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문서조사를 위해서는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하고 참고 자료 및 인쇄 자료를 검토하며, 서적과 신문, 잡지, 사보, 논문, 일기, 편지, 심지어는 국회 기록과 법정 판례까지 읽어내야 한다. 만일 자료가 너무 전문적이고 복잡하거나 또는 지루할 때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료는 작품에 결코 사용될 수가 없다.
물론 이 과정에는 문제점들이 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깊이 읽어서 어떤 자료가 가치 있고 필요한지를 찾아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얼마 후면 불필요한 것과 중요한 사실을 분리하고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자료가 너무 낡았거나 편견과 자기 중심적 시각에서 제공된 것이라는 점이다. 자료의 날짜와 자료 제공자의 신뢰성 및 배경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하라.
나는 자료가 지극히 개별적이고 편파적인 정보원(특히 정치적이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다룰 경우)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의심이 들 때, 정보원이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지 검토한다. 또한 통계 자료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옛말에 "거짓말 다음에 더 큰 거짓말이 있고 그 다음에 통계가 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내가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특히 탐구 다큐멘터리에 해당된다. 항상 원래의 정보원을 접촉하라. 2차 또는 3차 자료에 만족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제1차 대전에 관한 작품을 만든다면 단지 몇 권의 역사책을 읽는 것으로 끝내지 마라. 그보다는 관련 문서와 서류, 일기, 현대 신문기사들을 파고들라. 또 정부정책에 관한 작품을 구상중이라면 공식 기록과 정부 문서, 메모 등을 조사해야 한다. 이것은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사진 및 자료 필름

사진이나 필름의 자료원은 정해져 있다. 작품에 따라 정부 자료실(대영제국 전쟁 박물관이나 국립 자료실), 셔먼 그린버그(Sherman Gringerg)와 같은 지역 및 언론 자료원, Pathe 등의 영화 자료실, 또는 뉴욕의 CBS나 런던의 ITN과 같은 텔레비전 자료실 등이 해당된다. 시립 도서관이나 개인 소장 자료, 가족 앨범, 다락방 또는 조사 대상 기업의 오래된 비디오 등을 뒤져볼 수도 있다. 낡은 자료 필름이나 자신은 정보원이자 작품에 영상자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만일 후자가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그러한 자료 사용 허가를 요청해야 한다. 이 문제는 뒤에 좀더 논의하도록 하겠다.
일단 전반적인 자료원을 알아냈다고 해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자료실은 엉망으로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그것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대부분의 자료실은 소장 자료를 작품 제목과 주제 그리고 때로는 감독별로 정리해 둔다. 만약 좋은 자료실이라면 작품명 카드 (카드 색인 시스템에 의한)에는 주요 장면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뉘른베르크에서 병사들을 점검하는 히틀러, 전통의상을 입은 농부들, 히틀러가 묵은 호텔의 밤, 횃불 행진 등.
자료실의 색인이 잘 되어 있을수록 자료 찾기가 쉬울 것은 자명하다. 최근까지도 자료실 뒤지기는 지긋지긋하도록 어려운 작업이었다. 오늘날은 컴퓨터 색인으로 인해 작업이 훨씬 쉬워졌다. 만일 내가 제2차대전 국제회의에 관한 자료 필름을 원한다면 '얄타',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 이라는 이름을 입력해야 세 명의 정치인이 모두 등장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키신저의 베트남 방문과 같은 광범위한 주제의 경우, '키신저'와 '베트남'이라는 이름만 입력해도 컴퓨터는 10여개의 항목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 훑어보면 어느 것이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영상자료를 배열하는 작업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컴퓨터 시대에도 문제는 있다. 자료 담당자가 특정 자료의 중요성을 알지 못할 경우 필름이 잘못 색인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자료가 있는 데도 색인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가령 당신이 1947년에 색인된 독일 자료방에서 전범 X에 대한 자료를 찾는다고 하자. 하지만 장군 X가 1960년대 자료실에서 비로소 등장했다고 할 때 그는 여러 자
료 필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파일에는 정리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자료실 조사는 자료 뒤지기뿐 아니라 직관과 질문 그리고 탐구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뷰

직접 인터뷰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은 인물과 전문가와 이야기하는 것이다. 문서 조사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몇 가지 현명한 추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당신은 누가 가장 적절한 인물이고, 누가 가장 중요하고, 많이 알고 있으며 솔직한지를 판단해야 하고, 그에 따라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당신은 이 문제에 깊숙이 관련된 사람을 찾지만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전문가와 책임자에서부터 작품에서 묘사된 경험을 실제로 겪은 보통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제2차 대전에 관한 작품일 경우 당신은 역사가와 장군, 일반 병사들 그리고 폭격의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룰 수 있다. 당신의 시각과 주제의 폭에 따라 대화의 대상이 결정되고, 질문도 내용에 따라 일반적인 것부터 특별한 것까지 다양하다.
나는 잠정적인 목격자나 정보원을 만나게 되면 그들에게 쉬운 말로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로 하여금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고, 그들의 협조가 작품의 제작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같은 첫 만남은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필요하면 그들을 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대체로 나는 조사원을 고용하기보다는 그들을 직접 만난다. 그래야만 처음부터 개인적인 유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것은 불가능하고 조사원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만남에서 나는 두 가지를 경계한다. 첫째, 나는 녹음기를 사용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손으로 받아적는다. 녹음기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최소한 첫 만남에서는 이것이 약간의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나는 특정인이나 특정 장면을 작품에 등장시키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올바르고 따스한 태도로 접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당신의 작업을 도와 준다. 그러나 때로 주제가 개인적으로 고통스럽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계속 밀고 나갈 것인가, 뒤로 물러설 것인가? 이것은 각자가 나름대로 판단할 일이다.
몇 년전, 나는 텔레비전 시리즈물인 The World at War의 핵심적인 조사원의 한 명인 수 맥커나키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녀는 독일인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단순히 기억이나 경험이 아니라 전쟁 범죄와 학살에의 참여 여부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답은 매우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일단 독일인들이 당신을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결정하자 그 내용은 영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신선했는데, 왜냐하면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젊은 세대들로부터 한 번도 전쟁에 관한 질문을 받지 않았다. 영국인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전쟁 때 자신이 아프리카, 인도 또는 어디에든 있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독일인들은 그렇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숨겨진 인물이나 범죄 용의자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이것은 수차례의 접촉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방송되거나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은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에서만 만나는 것이 허용된다.
일단 신뢰감을 얻게 되면, 일단 '회로' 속에 들어가게 되면 실마리는 하나씩 풀리게 된다. 그것은 조사자로서(또는 인간으로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살았던 시절은 내가 당연하게 여기고 또 그렇게 교육받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동 양식과 도덕성에 의해 움직였던 때였기 때문이다.
맥커나키를 만났을 즈음에 나는 피터 와트킨스와도 그의 유명한 반핵전쟁 작품 The War Game의 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작품은 영국민의 저항 과정과 민간인에 대한 핵폭탄 투하의 심리적 후유증을 다루고 있다. 와트킨스의 설명이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조사를 하게 된다. 갈수록 더 그런 것같다. 나는 점점 더 탄탄한 조사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The War Game을 만들면서 나는 엄청난 양의 원본 조사를 해야 했는데 아무도 모든 관련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제3세계의 전쟁에 관한 자료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있는 자료는 미국전략연구소의 서고에 쌓여 있었고, 아무도 읽는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이것은 제작자에게 완전히 비밀에 싸인 주제였고 기초 사실을 찾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조사가 진행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일반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구별해야 한다. 전문가나 교수 등은 매우 협조적이고 관심도 많았다. 몇몇은 아마추어가 자신의 영역에 뛰어든 것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정부관계자들은 달랐다. 대체로 그들은 거절했다.

영국의 내무 업무와 안보를 책임지는 내무성은 와트킨스의 작업을 돕는 것을 거절했다. 그들은 정보의 제공을 거절했을 뿐 아니라 공식적인 협조를 철회했으며, 소방서와 경찰이 와트킨스에게 핵학살 사건에 관한 그들의 입장에 관한 정보를 주지 못하게 함으로써 조사작업을 방해했다. 그는 "그 당시 자발적으로 나를 도와 준 유일한 기관은 소방서였는데, 내가 보기에 이들은 핵공격의 결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영국 유일의 기관이었다.
그들은 내게 이야기를 해준 유일한 (준)공식 단체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공식적인 것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논란의 되는 주제의 경우, 적은 수의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경우는 가능한 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좋은데, 그래야만 의견을 비교하고 그것들이 얼마만큼 편파적이고 왜곡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상식에 의존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균형이 아니라 진실이며, 때로는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시각이 진실인 경우도 있다. 인터뷰에서 쉬운 질문과 어려운 질문을 모두 던져야 한다. 물론 질문 방식은 주제에 따라 다를 것이다. 때로는 진실을 캐는 조사자의 입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상식적 질문을 해야 한다.
기술적인 작품의 경우 사실을 수집하고 문제점과 작업체계, 난이점, 성공 여부, 부수적 효과 및 결과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인물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경험과 기억, 변화, 사고, 특정 행위가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 등을 찾아내야 한다. 사람의 감정과 민감한 측면을 건드리는 인터뷰는 어렵고 고통스럽다. 당신은 단지 사실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넘
어서는 시각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당신이 목표로 하는 것이 사실의 확인인지, 아니면 감정인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다루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와 그것이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가 당신이 찾아낸 사실들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음을 기억하라. 가령 당신이 남애틀랜타 허리케인의 이재민에 관한 작품을 만든다고 하자. 조사를 해보니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00여 채의 가옥이 파손되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개인적인 사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난 그 때 집에 있었어요. 바람이 모든 것을 쓸어갔죠. 처음에는 이층 지붕이 무너지고 벽이 넘어갔어요. 나중에는 내가 누워 있는 침대를 들어올려 정원에다 팽개쳤죠."
일반적인 경고 한 가지는 어떤 사람을 인터뷰할 때 그 내용이 현재에 관한 것인지, 과거의 일인지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둘 다 편견을 주의해야 하지만, 특히 과거의 경우 추억과 감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물론 때로는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의 그것보다 마음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레니 라이펜스탈의 자전적 작품 (The Wonderful, Horrible Life of Leni Riefenstahl)처럼, 사랑이나 증오, 세월 또는 감상적 재창조에 의한 기억은 낯설고 비뚤어진 거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의하라.

장소조사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작품 주제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업 중인 공장에도 가보고, 대학의 정서를 알기 위해 2주를 지내 보고, 비행기 여행을 하고, 경찰 순찰자에도 동행하고, 버몬트 마을의 일상생활도 관찰하고, 연극 연출가의 리허설에도 참가하고, 연합공격이 감행되었던 노르망디 해변에도 가보고, 사이공을 여행하는 관광객들도 만나 보아야 한다. 매 순간마다 작품의 주제를 되새겨 보고 가능한 한 거기에 깊이 빠져 보아야 한다.
조사는 모든 훌륭한 작품의 기본이지만 심리적으로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수집하고 있는 자료의 극히 일부분만이 실제 작품에 사용될 것이란 점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모아 놓은 자료를 보고 짐 베버리지(Jim Beveridge)는 이렇게 표현했다. "조사작업은 빙산과 같다. 8분의 7은 표면 아래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계의 인식

사람들은 흔히 작품의 적절한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만인 당신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만약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고 - 마약, 청소년 범죄, 국제 테러 등- 방향이 없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제가 무제한인 것처럼 보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어느 정도의 예비조사를 한 뒤 신속한 선택을 해야 한다. 상식선상에서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심층 조사를 위한 서너 개의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범위를 임의로 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은 선택해도 좋고, 또는 최근 여론의 관심사 그리고 할 수 있을 만한 실제적인 것들을 선택해도 좋다. 따라서 단순히 마약에 관한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과 청소년의 문제라든가 또는 마약과 극동 지역의 마약 수출국, 마약과 기업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단 주제의 범위가 정해지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합리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한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런 야심이 실패를 불러오고 더 소박한 작품이 성공하는 수도 있다.
내가 교통사고에 관한 작품을 만들 때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이 주제에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운전사와 보행자•사고 피해자와 같은 사람, 자동차, 도로와 도로시설, 그 중의 하나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었지만 나는 세 가지를 모두 포함시키기로 했다. 나는 모든 관련 필름을 보았고 모든 책을 읽었으며,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심사사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는 부주의한 운전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아냈고, 유가족 협회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미래의 자동차 사진도 구했다. 한 심리학자는 공격적 성격을 치료하는 최면 요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많은 양의 놀라운 자료들을 수집했지만 작품은 엉망이었다. 나의 가장 큰 잘못은 운전자와 자동차, 도로의 세 가지 요소를 한 가지만 선택하지 않고 모두 다루려고 했다는 데 있었다. 조사 작업은 흥미로웠지만 어디에서 선을 그어야 할지를 알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작품을 망치게 된 것이다.

사후 조사

발로 뛰어야 할 일들을 마쳤으면 잠시 숨을 돌려도 좋다. 잠시 동안 그 자료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도록 내버려 두라. 이것은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해준다. 때로는 조사를 통해 다른 접근 방식이나 전략이 떠오르기도 한다. 새롭고 믿을 만한 자료가 나타나기도 하고 새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원래의 의도는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전체를 재점검할 좋은 시점이다. 전에는 이것이 무엇에 관한 작품인지가 모호했다. 그러나 지금은 작품에 뛰어들기 전에 당신의 중심 질문과 의도를 재조명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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